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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원시" 열린연단의 전경수 선생님 강의 말과 생각


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48475&rid=250
(왜 동영상 링크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전경수 선생님이 "열린 연단"이라는 시리즈에서 "문명과 원시"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하셨네. 1시간이 좀 넘는 길이지만 마침 주말이고 해서 다 들어보았다.

'이중나선'의 개념을 시작으로, 전제부터 의심해볼 여지가 많은 사회진화론의 개념, '문명'이라는 번역된 개념의 출현, 인류학사의 사실들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과연 현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명이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전경수 선생님은 제기하신다.

흔히 문명의 이기로 설명되는 핵발전.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우리와 관계없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것. 손자가 일본산 식품은 먹지 않겠다며 고개를 젓지만 전경수 선생님은 이미 "우리 뒷마당은 열려있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언급하신 비키니섬의 수폭실험과 피폭자들, 란유섬의 대만방폐장 등등 몇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경제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orginally affluent society', 즉 순전히 낭만화된 야만으로 도망쳐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답을 찾아야 한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우리의 단추가 어디에서부터 잘못 끼워졌는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한국 사회는 '표절 근대화 사회'로, 근대화 과정에서 반드시 밟아야 하는 매뉴얼을 무시해서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서구나 일본을 가차없이 베끼면서도 그 결과들에 무수히 달린 '각주'는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없애버리는 통에 그렇다.

결론적으로 선생님은 "조심"이라는 삶의 태도를 다시 상기시킨다. 야만/원시라고 대표되는 사회에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늘 '매뉴얼'이라는 것을 따라 조심해야 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근대화 과정에서 반드시 밟아야 하는 매뉴얼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선생님 말씀에도 공감이 가지만, 매뉴얼을 무시하는 것에 앞서서 애초에 매뉴얼 자체가 맛이 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선장은 매뉴얼을 무시하고 도망쳤다. 근데 많은 학생들은 그 매뉴얼이라는 것을 따르다가 목숨을 잃었다. 경고방송을 믿지 못하고 매뉴얼에 권위가 실리지 않는 사회에서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억눌린 안타까움과 해소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도대체 내가 이 매뉴얼조차 믿을 수 없는 문명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고작 내가 피해자가 아님에 안도하는 것임을, 그리고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길 애써 바라며, '문명인'으로써 누릴 수 있는 세속적인 쾌락에 한껏 몰두하는 것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