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준비 때 가입하여 (11년 12월 쯤?) 만으로 6년 이상 활동했던, 내생애 첫 정당, 녹색당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했다.
"개인적 사정"이라고 했다.
2011년은 나의 삶을 바꿔놓았던 많은 책들을 접했던 때였다.
엔트로피를 읽었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오래된 미래를 접하며,
앞으로 이런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견 어두워보이는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삶과 지혜로부터 새롭게 재구성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진보"라는 개념 자체가 싫증이 났고, 거부하고 싶었고
차라리 속된 말로 어떻게 하면 "잘 망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조한혜정 선생님의 칼럼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이듬해에는 진달래님과 생태인류학을 들으면서
시스템적인 사고를 조금이나마 배워볼 수 있었다.
녹색당원으로 활동하면서
윤경님과 함께 영등포 운영위원장을 4개월 정도 했었고,
서울시 운영위원회에 참석해서 당의 분위기를 조금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었다.
우리 동네였던 대림동 한 교회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고
19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도 조금이나마 참여해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나보다도 훨씬 나이도 많은 어른들이지만
나같이 경험도 없고 배움도 없는 사람의 말 한마디도 진심으로 경청해주시고
나의 무책임함은 덮어주셨던 일들이었다.
당원들은 나를 한명의 똑같은 인격체로서 대우했고
내게 섣불리 무엇을 가르치거나 알려주려고 하기보다 무엇인가 재밌는 일을 함께 도모하며 함께 배우고자 했다.
당시 아나키즘에 물씬 젖어있던터라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류의 책에 굉장히 끌렸다.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에 내가 당원으로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들과 굉장히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처음 전환점은 군대를 갔다오게 된 것이며
두번째로는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것이었다.
"진보이념"이 싫어서 녹색당에 갔는데
이제는 "이념" 자체가 싫어서 어떤 당에도 소속되기 싫었다.
그냥 한 명의 시민으로서 평범하게 잘 살아보고 싶다.
이념의 언어나 틀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다.
그것을 나는 과학과 종교로부터 찾았다. 이제 더이상 어떤 이념도 내겐 와닿지가 않는다.
의학을 공부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균형을 맞춰가는 것보다 흥미로운 게 별로 없다.
그것이 어쩌면 내 "개인적인 사정" 이라고 생각한다.
탈당신고서에는
"녹색당원으로서 배운 가치들을 토대로, 이제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했다.
가까이 있었든 멀리 있었든, 6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나보다.
태그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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