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정형외과를 1지망으로 생각했다. 이유는, 인턴을 두번째 하는 것이라 이왕이면 소위 인기과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가장 잘 버는 과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정형외과 수술을 배우면 나중에 NGO 에서 일할 때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채용공고를 보면 정형외과, 그중에서도 수부외과 전문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다. 그런 것을 보고 정형외과 의사를 염두에 두었다.
2지망은 외과였다. 외과도 역시 국경없는의사회 채용 우선순위가 높은 과 중 하나이다. 환자의 생명징후 (바이탈)을 다루기 때문에 환자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수도 있지만, 역으로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거나 사망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고, 스트레스가 심한 파트이다. 전문의가 되어서까지도 당직을 서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국에서는 외과 수술을 해서 돈을 벌기가 힘들기 때문에 병원에 벌어다주는 돈이 크지 않고, 따라서 로딩에 비해 연봉도 높은 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1순위 정형외과, 2순위 외과를 지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1순위 외과로 바뀌었고, 우리병원 레지던트 선생님과 전문의 선생님들과 여러차례 자리를 만들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일단 정형외과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이 크다. 지금 정형외과 레지던트 1년차가 대학교 동기라서 많은 얘기를 듣는데, 레지던트-레지던트, 스탭-레지던트 사이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일이 힘들어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텐데, 내가 과연 저 스트레스를 견뎌가면서 4년간 일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이유로는 외과 턴을 돌면서 외상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병원 외과가 적당한 로딩에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초대형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하면서 극악한 로딩때문에 중포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돌보아야할 아이도 있기 때문에, 너무 심한 로딩은 바라지 않았다. 이 곳 외과는 난이도가 높은 주요 수술을 경험해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충수돌기염이나 담낭염, 탈장, 치핵, 양성피부종양 수술 등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수술들은 레지던트가 직접 집도할 수 있는 기회가 (원한다면) 충분히 주어진다. 외과 인턴을 하면서도 Tracheostomy, Chest tube insertion, A line 잡는 것 등 내가 원하면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특히 외상센터 턴을 돌면서 외상 분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외상환자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민간병원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환자군이다. 우리병원은 공공병원이면서 서울에서 유일한 권역외상센터가 있기 때문에 서울권 외상환자의 최종치료센터로서 기능하고 있다.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상전문의 선생님들은 전국에서 유명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 이들에게서 어떤 환자든지 우리병원에 오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살릴 수 있다는 실력에 대한 자부심, 이런 것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크게 느껴졌다. 이들과 함께 일하며 힘들지만 이 일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한 달 간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병실에서 퇴원으로, 환자가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겪으며 큰 보람을 느꼈다.
최근 정형외과 수술방 인턴으로 한달 간 생활해보며 느낀점은, 여전히 내 생각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욕 안 먹으려고 열심히 하니 정형외과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외과에 도대체 왜 가냐, 정형외과로 다시 돌릴 생각은 없냐, 매일 같이 물어보시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수술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정형외과도 괜찮은 선택지인 것 같은데, 중증외상환자의 주치의로서 시작부터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정형외과는 수술만 하고 뒤로 빠지니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하면 로딩만 늘어나는 꼴이라서 다른 정형외과 레지던트들 처럼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외과에 있을 때처럼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니 환자가 다친 부위 말고는 환자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라 보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 ‘보람’이라는 것이 내가 일과가 끝나고 쉬고 있을 때에도 끊임없이 환자에 대해 콜을 받고 신경을 써야만, 때로는 오프를 반납하고 출근해야만 얻어질 수 있는 보람이라는 것이며,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하고도 무서운 일이라는 것도 안다. 나도 외상 분야를 평생 계속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체력이 좋고, 의욕과 의지가 있을 때 이런 분야에 뛰어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단 나의 선택을 밀고 가보려고 한다.
2지망은 외과였다. 외과도 역시 국경없는의사회 채용 우선순위가 높은 과 중 하나이다. 환자의 생명징후 (바이탈)을 다루기 때문에 환자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수도 있지만, 역으로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거나 사망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고, 스트레스가 심한 파트이다. 전문의가 되어서까지도 당직을 서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국에서는 외과 수술을 해서 돈을 벌기가 힘들기 때문에 병원에 벌어다주는 돈이 크지 않고, 따라서 로딩에 비해 연봉도 높은 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1순위 정형외과, 2순위 외과를 지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1순위 외과로 바뀌었고, 우리병원 레지던트 선생님과 전문의 선생님들과 여러차례 자리를 만들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일단 정형외과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이 크다. 지금 정형외과 레지던트 1년차가 대학교 동기라서 많은 얘기를 듣는데, 레지던트-레지던트, 스탭-레지던트 사이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일이 힘들어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텐데, 내가 과연 저 스트레스를 견뎌가면서 4년간 일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이유로는 외과 턴을 돌면서 외상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병원 외과가 적당한 로딩에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초대형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하면서 극악한 로딩때문에 중포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 돌보아야할 아이도 있기 때문에, 너무 심한 로딩은 바라지 않았다. 이 곳 외과는 난이도가 높은 주요 수술을 경험해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충수돌기염이나 담낭염, 탈장, 치핵, 양성피부종양 수술 등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수술들은 레지던트가 직접 집도할 수 있는 기회가 (원한다면) 충분히 주어진다. 외과 인턴을 하면서도 Tracheostomy, Chest tube insertion, A line 잡는 것 등 내가 원하면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특히 외상센터 턴을 돌면서 외상 분야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외상환자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민간병원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환자군이다. 우리병원은 공공병원이면서 서울에서 유일한 권역외상센터가 있기 때문에 서울권 외상환자의 최종치료센터로서 기능하고 있다.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상전문의 선생님들은 전국에서 유명할 정도로 실력이 있다. 이들에게서 어떤 환자든지 우리병원에 오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살릴 수 있다는 실력에 대한 자부심, 이런 것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크게 느껴졌다. 이들과 함께 일하며 힘들지만 이 일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한 달 간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병실에서 퇴원으로, 환자가 거치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겪으며 큰 보람을 느꼈다.
최근 정형외과 수술방 인턴으로 한달 간 생활해보며 느낀점은, 여전히 내 생각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욕 안 먹으려고 열심히 하니 정형외과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외과에 도대체 왜 가냐, 정형외과로 다시 돌릴 생각은 없냐, 매일 같이 물어보시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수술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정형외과도 괜찮은 선택지인 것 같은데, 중증외상환자의 주치의로서 시작부터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 정형외과는 수술만 하고 뒤로 빠지니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하면 로딩만 늘어나는 꼴이라서 다른 정형외과 레지던트들 처럼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외과에 있을 때처럼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니 환자가 다친 부위 말고는 환자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라 보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 ‘보람’이라는 것이 내가 일과가 끝나고 쉬고 있을 때에도 끊임없이 환자에 대해 콜을 받고 신경을 써야만, 때로는 오프를 반납하고 출근해야만 얻어질 수 있는 보람이라는 것이며,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하고도 무서운 일이라는 것도 안다. 나도 외상 분야를 평생 계속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체력이 좋고, 의욕과 의지가 있을 때 이런 분야에 뛰어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단 나의 선택을 밀고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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